24 de octubre de 2020

필리핀 여행기

  1. 1. 31 - 2. 3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3/2/1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3/2/2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3/2/3

호텔앞. 한겨울의 밤 거리도 따뜻하기만 하다

1 월 31 일 마닐라 Metro Manila

밤늦은 시간, Cebu Pacific의 5J 비행기가 필리핀의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차가운 인천 공항의 공기가 따뜻한 열대의 공기로 바뀌는 순간이다. 필리핀은 우리 시각보다 1 시간이 늦어, 자정이 다 되었는데도 공항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이동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공항 근처에서 들리는 귀뚜라미의 소리가 여기가 겨울이 없는 곳임을 알려 주었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숙소인 Traders Hotel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2 월 1 일 팍상한 Paksangjan

아침 식사 후에 숙소에서 2 시간 가량 떨어진 팍상한 계곡을 가기로 되어 있다. 보트를 타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떨어지는 폭포를 맞으면 '팍 상한다' 고 해서 팍상한이란다. 젖어도 되는 옷과 갈아 입을 옷을 가져가야 한다. 버스로 이동 중에 잠깐 들린 휴게소에서 처음 발견한 메뚜기는 바로 두꺼비메뚜기 Trilophidia annulata, 많은 차들이 주차하는 곳 바로 앞의 작은 화단에서 녀석을 발견하고 기뻤다. 그렇게 차와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곳에서도 작은 공간만 있으면 충분히 살아갈 녀석들이다. 점심을 먹고 구명조끼를 대충 걸친 뒤, 팍상한 계곡을 올라가게 되었다. 짙은 녹색의 강물을 거슬러 두 명의 사공이 우리를 폭포 있는 곳까지 안내하는 것이다. 물살이 얕은 곳을 만나면 사공들이 배를 거의 번쩍 들어 바위들을 헤치고 올라갔다. 매일처럼 이 일을 하는 이곳 주민들의 팔뚝이 굵고 검게 빛났다. 깎아 세운 절벽이 양쪽 편으로 서 있고 서늘한 그늘을 물 위에 드리웠다. 그 가운데서 제일 눈에 띠는 것은 물잠자리인데, 한국 것보다 다소 작아 보이며 그냥 앉아있으면 온통 까만 색이지만, 날개짓을 하면서 물 위를 살랑살랑 나풀거릴 때에는 날개 윗면의 파란 청록색 금속광이 번쩍번쩍 물위를 비추었다. 또 다른 한 종류는 더 작아서 우리나라 실잠자리 크기의 물잠자리인데, 분홍색과 청색이 도는 날개로 암수 한 쌍이 서로 어울릴 때는 이 곳이 지구상에서 가장 영롱한 곳임을 자랑하는 듯 하였다. 중간에 베이비 폭포에서 잠깐 내려 쉬는 동안, 가시모메뚜기 Scelimeninae 종류를 채집할 수 있었다. 한국 것과 비슷하지만, 가슴 양옆의 가시모양과 등면의 울퉁불퉁한 질감, 눈의 툭 튀어나온 정도가 달라 보였다. 물 사이로 드러난 바위틈에는 매우 커다란 거미줄들이 쳐있었는데, 주로 수서곤충들을 노리는 것 같았다. 이끼 낀 바위틈으로 천천히 기어다니는 개미는 책에서 보았던 톡톡이 사냥꾼 같았으며 특이하게 옆으로 벌어진 이빨이 매우 독특하였다. 팍상한 폭포와 동굴에 잠시 들어가서 거세게 떨어지는 물세례를 받고 나왔다. 물을 많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내려오는 길에 보트 위에서 쓰고 있던 모자를 휘둘러 결국 빛나는 물잠자리 한 마리를 잡았다. 한국인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해가 진 뒤, 곤충을 너무 많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호텔 앞의 공원에 나갔다. 얼핏보아 풀도 자라있고 야자나무 같은 것이 많이 서 있어 살펴볼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금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역시 희시무르귀뚜라미 Gryllodes sigillatus, 우리나라에서는 근래에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지만, 역시 전세계로 퍼진 강력한 번식력을 가진 종이다. 몇 가지 다른 종류의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 나무 아래 낙엽 등을 뒤져보았으나, 냄새가 심해 자세히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곳 필리핀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3 가지 자유가 있다고 하니, 바로 무단횡단의 자유, 쓰레기 투기의 자유, 그리고 배설의 자유라고 한다. 거의 모든 나무들마다 암모니아 냄새와 흔적들이 남아있어서 이것을 쳐다보고 있다가는 제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높은 주파수로 들리는 소리는 바로 매부리족 Copiphorini의 특징이다. 전등을 살며시 비치니, 열심히 울고있는 머리가 뾰족한 녀석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녹색과 갈색의 두 가지 형태가 역시 모두 관찰되었고 언뜻 봐서는 우리나라의 좀매부리 Euconocephalus nasutus와 대만에서 보았던 Euconocephalus pallidus의 두 가지가 섞인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두어가지 종류의 쌕새기 Conocephalus spp.와 애기벼메뚜기 Oxya hyla intricata가 보였고, 특이한 울음소리의 긴꼬리를 잡았다. 이 종은 연갈색의 긴꼬리로서 투명한 날개 아래로 보이는 배 등면의 무늬가 전혀 우리 것과 다른 종임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이것이 Oecanthus indicus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넓지 않은 공원 안에서도 여러 종류의 메뚜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 월 2 일 따가이따이 Tagaitai

아침식사 후, 역시 숙소에서 2 시간 가량 떨어진 탈Taal 호수로 이동하였다. 어제 중간에 들렸던 휴게소에서 이번에는 나무 줄기에 붙어있는 특이한 뿔매미를 잡았다. 양 모서리가 매우 별나게 튀어나와 있고 뒤로 긴 뿔이 있는 종류였다. 나뭇잎 뒷면에는 깍지벌레 종류가 집단으로 이상한 무늬를 만들어 붙어 있었다.

탈 호수는 화산 활동에 의해 생성된 칼데라호로 매우 넓어서 파도까지 일었으며 동력보트를 타고도 한참을 가서 중간에 섬처럼 만들어진 이중 화산이자, 아직도 연기가 나는 활화산이라는 따가이따이에 도착하였다.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물가 주변에서 눈에 띠는 벌레를 찾아보았는데, 역시나 청분홍메뚜기 Aiolopus thalassinus tamulus가 이곳에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것과 전혀 달라 보이지 않는 녀석들이 물가 주변에 드문드문 나있는 식물 근처에서 여러 마리가 발견되었다. 물가 돌밑에는 조그만 강변애방아벌레들 Negastriinae이 떼지어 모여있었다. 이번 관광 프로그램은 말을 타고 화산에 오르는 것인데, 처음에는 타고 갔다가 내려올 때 걸어서 주변을 둘러볼 생각이었으나, 말을 타고 오르면서 주변 경관을 살펴보니, 지금이 한참 건기인 데다가 화산 지대의 먼지가 매우 심하게 많이 날렸고 식물은 거의 바싹 말라 있었다. 연휴에 관광 인파가 특히 많이 몰려 찬찬히 주변을 살펴보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이중화산 분화구 아래 한쪽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다시 호수를 건너는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청분홍메뚜기를 더 채집하였다. 동네 꼬마 아이들이 내 주위에 몰려들어 동전을 구걸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내가 잡은 메뚜기를 보여주자, 한 아이가 이것을 "삐딱롱" 이라고 가르쳐 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아이는 처음 보는 섬서구메뚜기 종류 Atractomorpha sp. 를 한 마리 잡아다 주었다. 속으로 반가우면서 그 댓가로 나는 동전을 주었고, 그러자 동네 아이들은 배를 타고 내가 떠나기 전까지 서로 메뚜기를 잡겠다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단순히 동전만 요구하던 애들에게 나는 경제의 원리를 알려 주었다.

호수가의 두꺼비 잎이 두꺼운 식물이 많았다

밤에 다시 호텔 앞을 돌아보고 희시무르귀뚜라미와 좀매부리 한 마리를 더 채집하였다. 커다란 이질바퀴 Periplaneta americana가 밤거리에 무척 많이 돌아다녔다. 필리핀은 미국 문화를 적극 수입하는 탓에 미국산 이질바퀴도 많은 듯 하다. 섬나라의 특징 중 하나는 남의 문화에 대해 별로 꺼림낌이 없는 것이라고 할까.

'죠의 아파트' 에서 나옴직한 이질바퀴가 구멍속에서 더듬이만 살레살레 흔들고 나갈 때만 엿보고 있다

2 월 3 일 마닐라 Metro Manila

시내 구경을 마지막으로 하였다. 벽에 붙어있던 매미나방 종류의 애벌레를 발견했다. 산티아고 요새와 시내 공원을 둘러보았다. 국가 유적지에 골프장이 들어서 있었다. 특이하게 생긴 노린재와 바퀴를 채집했다. 쇼핑하는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마닐라만의 바닷가를 잠시 살펴 보았는데, 사람들은 지저분한 물에도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해변에 비닐과 쓰레기가 많았다. 자연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비행기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 계곡으로 흰 눈이 내려 앉아있는 풍경이 한국에 다 왔음을 알려 주었다. 공항의 문밖에서 피부로 와 닿는 서늘한 공기가 반가왔다.

Anotado en sábado, 24 de octubre de 2020 a las 11:57 PM por taewoo taewoo | 0 comentarios | Deja un comentario

대만 곤충 탐사기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1/7/7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1/7/8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1/7/9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1/7/10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1/7/11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1/7/12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1/7/13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2001/7/14

  1. 7. 7 대만으로 출발, 일월담 도착
인천국제공항을 제 시간보다 늦게 떠난 Cathay pacific 항공편이 드디어 대만에 착륙하였다. 중국화에서 많이 봤음직한 산의 매무새는 기괴하게 솟아 있었고 높은 키로 자란 꼭대기의 양치식물이 하늘을 배경으로 특이한 윤곽을 그려냈다. 몇 번씩 갈아탄 버스는 해가 진 저녁 늦게 대만 중부 지방에 위치한 일월담이란 곳에 마침내 우리 일행을 내려 놓았다. 밤에 도착하여 자세한 경관을 알 수 없었으나 고도가 높은 지대라 그런지 공기는 생각만큼 그다지 무덥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일종의 관광지인 이 곳의 가장 가까운 주변을 한 차례 둘러 보았다. 풀밭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곤충의 종류를 숨길 수 없게 만들었다.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매부리의 일종인 Euconocephalus pallidus,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것 (Euconocephalus nasutus) 과 상당히 흡사하게 생겼으나, 머리의 튀어나온 정도와 날개 끝이 뾰족하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었다. 녹색형과 함께 유전적인 갈색형도 함께 발견되었다. 수컷의 울음소리 근처에서는 암컷이 같이 있었다. (이 종류의 울음소리가 제일 흔히 들렸는데 나중에 잡아온 녀석의 삼각지 안에서는 기생파리의 번데기가 함께 나왔다.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기생파리의 귀는 아마도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날 것이다.) 비가 온 뒤라 풀밭이 많이 젖어 있었고 군데군데 가로등 켜진 곳을 찾아보았다. 베짱이 (Hexacentrus sp.) 의 울음소리가 들렸으나 잡지는 못했고, 대신 큰실베짱이 (Elimaea sp.) 종류가 채집되었으며 풀에 붙어서 자고 있는 나비 (Acraea issoria), 벼메뚜기류 (Oxya sp.), 몸이 빨갛게 생긴 검은줄쌕새기 (Conocephalus melas) 의 유충이 여럿 보였다. 짐을 풀기 위해 들어간 숙소 방에서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호주바퀴 (Periplaneta australasiae) 로 우리나라에 사는 이질바퀴와 비슷하나 등판의 무늬가 더욱 짙고 선명하게 크다. 첫날 밤부터 이국적이면서도 왠지 우리나라 것과 비슷한 메뚜기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1. 7. 8 일월담 (日月潭), 청청초원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후 공원처럼 꾸며진 인근의 산책로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일월담은 이 곳의 커다란 호수 이름이었다. 키 큰 나무에는 매미가 붙어 있었고 이끼가 낀 담벼락에는 어딘지 다르게 보이는 몇 가지 종류의 모메뚜기류가 거의 떼를 지어 붙어 있었다. 얼룩덜룩한 색은 배경과 잘 아울리는데다가 그 이끼를 먹이로 삼는 듯 하였다. 금빛으로 호화스럽게 빛나는 두 종의 남생이잎벌레류 (Aspidomorpha miliaris, Cassida circumdata) 가 눈을 어지럽혔는데 열심히 잡다보니, 이 근처에서는 별로 귀하지도 않았다. 잎 위에 위장하고 있는 사마귀 (Acromantis formosana ?) 는 무척이나 작고 귀여우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몸은 완전히 녹색이나, 아래에 감춰진 뒷날개는 붉은 색을 갖고 있었다. 다음으로 차를 재배하는 시험장 길로 이동하여 곤충이 많음직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화려한 무늬의 광대노린재류 (Cantao ocellatus) 가 잎 위에 심심찮게 관찰되었다. 길 주변에는 많은 수의 가시모메뚜기류 (Eucriotettix oculatus) 가 있었다. 우리나라 가시모메뚜기와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턱수염이 하얗고 날 때의 뒷날개 색은 파란 빛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검정수염메뚜기류 (Ceracris sp.) 의 유충도 보았다. 그런데 채집과 촬영을 같이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지 않는 것이었다. 해외에 나갈 때면 꼭 한군데씩 말썽이 나는 카메라인데 이번 여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 수 없이 근접 접사를 포기하고 자체 내장 스트로보를 이용하여 큰 곤충들만 위주로 찍게 되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중턱의 돌 밑에서 늦반딧불이 종류의 유충으로 보이는 녀석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것보다 밝은 황색을 띄고 있었다. 여기와서 처음 보는 낯선 메뚜기는 바로 Traulia ornata, 이 종류는 우리 나라에는 전혀 분포하지 않는 종류로 날개가 짧은 편이고 뚱뚱한데 한 마리를 열심히 찍다보니 근처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무당거미와 비슷하게 생긴 거미는 거의 괴물에 가까웠다. 보통 거미들은 배가 무른 편인데 이 거미는 새우나 게처럼 단단한 배딱지를 갖고 있었다. 나무 사이에 친 거대한 거미줄에는 작은 새도 쉽게 걸릴 듯 하였다. 오후에는 좀 더 멀리 떨어진 수사 (水社)로 이동하였다. 밑들이메뚜기류와 왕귀뚜라미류의 애벌레 등이 산비탈에서 보였고 조그만 길앞잡이 (Cicindela inspecularis) 가 길가 벼랑을 기어다녔다. 저녁에 다음 채집지인 청청초원 근처의 산장으로 이동하였고 숙소 근방에서 야간채집을 하였으나 일기가 불순하여 일부 나방류 밖에는 볼 수 없었다.
  1. 7. 9 청청초원 (靑靑草原)
아침 일찍 산장 주위를 둘러보며 밤새 기어나온 녀석들을 몇 마리 채집했다. 청청초원은 너른 유원지같은 곳으로 풀밭에 양을 풀어놓고 방람객들이 자유스럽게 거닐며 쉴 수 있게 만든 곳이었다. 커다란 메뚜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붉은 색 뒷날개를 자랑하며 날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녀석을 필름에 담았고 채집도 하였는데 이 종은 우리나라 각시메뚜기와 같은 계통의 Namadacris succinta였다. 이 종에 비해 우리나라 것은 성충으로 겨울에 월동하여 북방의 추위에 적응된 종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삽사리 종류로 보이는 미동정 메뚜기류도 많이 있었다. 이 근처에는 유달리 나비 종류가 많았는데 너울너울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는 광경은 미접몽을 떠 올리게 하였다. 오후에는 대만대학교 연습림 부근의 국유림을 둘러보았다. 이 곳은 그늘이 지고 음습한 곳으로 몸이 유달리 붉은 홍반디가 많이 보였다. 오랜 세월을 묵음직한 나무에서 경의를 표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더 오래 살펴볼 수 는 없었다. 해가 지고 대만 채집가 일행과 함께 靑靑草原 야간채집을 하였다. 제일 먼저 불에 날아온 메뚜기는 실베짱이류 (Sympaestria truncatilobata) 로 크고 넓적한 잎사귀 모양의 날개를 가진 종류였다. 우리나라 날베짱이나 베짱이붙이와 가까운 종류로 보였다. 또 한 가지 종류는 큰실베짱이류 (Elimaea schenklingi ?)로 대만에서 기재된 Elimaea tympanalis와 유사해 보이는 종류였다. 짙게 깔린 밤안개 사이로 비치는 수은등의 위력에 많은 곤충들이 몰려들었다. 여기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보이며 흔히 눈에 띠는 나방은 밤나방과의 Asota heliconia였다. 많은 종류의 풍뎅이와 사슴벌레, 대만의 보호곤충이라는 긴팔풍뎅이 (Cheirotomus macleayi) 도 만져 볼 수 있었다. 벌레가 모이길 기다리는 동안 나는 머리 전등을 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끼 낀 나무 껍질에는 몇 가지 바퀴가 나와있었다. 거의 쥐며느리처럼 생긴 바퀴 (Trichoblatta pygmaea ?) 는 몸 안에 몇 마리의 새끼를 달고 있었다. 뚱보귀뚜라미류 (Eulandrevius sp.) 도 나무 틈바구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곳 일정을 마치고 한밤 중에 일월담으로 돌아왔다.
  1. 7. 10 일월담 수사 (水社)
먼저 잠깐 들린 적이 있는 수사를 정밀하게 다시 둘러보기로 하였다. 초입부터 많은 수의 녹색매미가 풀 위에서 울고 있었다. 날개를 약간 아래로 벌리고 궁둥이를 위로 쳐들고 우는 녀석도 있었다. 팥중이와 같은 속 (Oedaleus sp.) 으로 보이는 종류는 다리가 푸른 색을 띠고 있었고 강한 활동력을 가졌다. 땡볕이 내려쬐는 길에서 우리나라 비단길앞잡이와 흡사한 종류로 보이는 길앞잡이 (Cicindela aurulenta) 를 발견했다. 이 녀석은 적색 계통이 결핍되었고 대신 청색과 흰색이 잘 어울렸다. 베짱이와 비슷한데 납작한 모습의 여치 종류 (Phyllomimus sinicus) 는 재미있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물이 고인 곳에는 왠지 낯선 잠자리, 실잠자리 종류가 모여들었다. 양치식물들 사이로 기괴한 개구리류의 울음소리가 퍼져나왔다. 비가 잠시 내리는 동안 사당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 날개가 짧은 좁쌀사마귀류 (Amantis sp.) 를 발견했다. 낙엽 위를 기며 매우 잘 위장된 몸을 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실베짱이류와 더듬이뿔이 발달한 귀뚜라미류 (Velarifictorus sp.) 도 채집했다. 콩중이는 이제 성충이 된 듯 몸이 물렁물렁하였으며 대만섬서구메뚜기 (Atractomorpha sinensis)는 거의 우리나라 종과 비슷하나 역시 이 곳의 많은 메뚜기들처럼 뒷날개가 붉은 색을 띄며 곧잘 날았다.
  1. 7. 11 곡관 (谷關) 팔선산 (八仙山)
이 곳은 지나 몇 년 전 대만에 지진이 났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길이 끊기거나 흙이 무너져 내린 곳이 많아 거의 탐험 수준의 길이 되었다. 입구에서 발견한 것은 홍다리메뚜기(Stenocatantops splendens)로 우리나라에도 기록은 있으나 분포가 의심되는 종인데 여기서는 비교적 흔히 발견되었다. 공원처럼 가꾸어진 풀밭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방아깨비 (Acrida cinerea), 녀석은 우리나라 것과 동일한 종이었다. 줄베짱이 (Ducetia japonica) 역시 우리나라 것과 같았다. 통나무 밑에서 처음보는 채찍전갈을 발견하고 환성을 질렀다. 이 녀석은 꼬리가 가늘고 전갈처럼 독침이 있진 않지만 자세는 전갈과 거의 흡사했다. 계곡물은 흙이 섞인 회색으로 흘렀다. 알락방울벌레류 (Dianemobius sp.) 가 길 가장자리에서 눈에 많이 띠었다. 오후 해가 지는 것을 보고 내려오다가 마침내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불빛을 발견하고 채집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식당 바로 옆에 수은등의 밝은 불빛이 켜져 있어 많은 곤충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 곳에서 독각선 (獨角仙) 이라 불리는 장수풍뎅이는 매우 흔하게 날아왔고 우리나라 두점박이톱사슴벌레와 유사한 색과 윤곽을 가진 사슴벌레 (Prosopocoilus astacoides) 가 날아왔다. 특이한 종류로 가슴이 가늘고 날개가 넙적하게 발달한 사마귀 (Tenodera capitata) 가 불빛 주변에 있었고 여치과의 색다른 무늬를 가진 실베짱이와 큰실베짱이류에 속하는 여러 종류가 날아왔다. 마침내 바닥을 기는 저 것은 커다란 여치베짱이었다. 대만 도감에는 Pseudorhynchus gigas라는 학명을 쓰고 있으나 이 종류는 우리 나라 것과 동일한 것 (Pseudorhynchus japonicus) 으로 보였다. 커다란 노란 색 얼굴과 붉은 색의 입 주변이 기괴한 인상을 주었다.
  1. 7. 12 이산 (梨山)
이곳은 고도가 높고 서늘하여 긴팔옷이 꼭 필요하였다. 마침 마을의 복숭아 축제 기간이어서 많은 행사가 진행중이었고 사람들이 북적댔다. 숙소와 가까운 복수산 (福壽山) 을 한참 오르며 곤충을 찾아보았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힘들 게 올라가 보니 정상 부근이 배추밭으로 가꾸어져 있어 실망을 주었다. 이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일대는 전부 대규모 복숭아 재배 단지로 조성되어 있었고 많은 농약이 주변에 뿌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채집의 성과는 별로 없이 중간 휴식을 취하는 기간이 되었다.
  1. 7. 13 화련 (花蓮)
작은 봉고차가 엄난한 고갯길을 잘도 넘어갔다. 좁디 좁은 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낭떠러지는 그냥 쳐다만 보기에도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 해발 3000m의 고도는 마치 창세기의 어떤 장면을 보는 듯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못한데다가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처지라 눈으로만 구경하였다. 태로각 (太魯閣) 을 향하던 도중 차가 한참을 쉬었다. 그 와중에 털어잡기로 발견된 것은 홀쭉귀뚜라미류 (Patiscus sp.) 였다. 화련은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로 짜고 더운 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우선 도심지에 가까이 위치한 미륜산공원 (美崙山公園) 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 울도하늘소로 보이는 녀석이 나뭇잎을 먹고 있었다. 쓸어잡기를 해보니 어리귀뚜라미류 (Ornebius sp.) 가 잡혔다. 도시 공원이라 그런지 생각만큼 다양한 곤충은 볼 수 없었다. 화련에서 변두리에 떨어진 국복리 (國福里) 의 야산은 많은 메뚜기가 발견된 곳이었다. 대부분 유충 상태였지만 대만철써기 (Mecopoda elongata) 가 매우 흔해 빠져서 널려있었다. 이 종류가 여기저기서 많이 보였지만 처음에는 무엇인지 몰랐다가 각 영기에 따라 이어지는 형태의 변화가 성충이 어떤 녀석일지를 알려 주었다. 썩은 나무껍질을 벗기자 우수수 놀라 떨어지고 달아나는 것은 괴기 영화에서 봄직한 커다란 바퀴벌레 (Opisthoplatia orientalis) 였다. 이 녀석은 날개가 전혀 없고 동그랗고 납작한 몸매를 가졌는데 바닥에는 유충으로 보이는 것들이 많이 기어다녔다. 숲 바닥의 낮은 풀밭에는 솔귀뚜라미류 (Cardiodactylus guttulus) 의 유충도 흔히 발견되었다. 그늘지고 습기찬 곳이라 달려는 무수한 모기떼가 우리를 반겼다. 저녁 식사후, 한밤 중에 바닷가에 위치한 북병공원 (北浜公園) 으로 향했다. 짠내음을 맡으며 주변을 살펴보니 귀뚜라미류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졌다. 타이완왕귀뚜라미 (Teleogryllus occipitalis), 희시무르귀뚜라미 (Grylloides sigillatus), Modicogryllus sp. 등의 귀뚜라미와 날개 기부에 노란 점이 박힌 쌍별귀뚜라미 (Gryllus bimaculatus) 도 야외에서 볼 수 있었다. 미확인종의 많은 울음소리를 들었지만 기차역에 맡겨둔 짐 때문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공항이 있는 대북 쪽으로 떠나기 전에 미륜산공원 (美崙山公園) 에 다시 돌아가 반딧불이의 존재를 살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 공원 입구 근처에 버려진 풀밭에서 매우 뚜렷하게 우는 여치 녀석을 잡으려고 30분 이상 헤매었으나 아쉽게도 풀 아래로 뛰어 달아나는 뒷 모습만 보고 말았다. 울음소리로 보아 아마도 다른 철써기류의 일종으로 생각되었다. 확실히 천적이 많은 열대의 곤충들은 자기 보호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 7. 14 양명산 (陽明山), 한국으로 돌아오다.

벌써 일주일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공항과 그리멀지 않은 양명산 (陽明山) 을 찾았다. 이 곳은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곤충류가 매우 쉽게 눈에 띄었고 그 어느 곳보다도 많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뒷다리를 몸 위로 들고 앉는 독특한 메뚜기 (Erianthus formosanus)의 유충, 미동정 실베짱이의 유충, 나무에 붙어서 우는 저녁매미류가 눈에 보였고 가로수 위에 금빛 찬란한 커다란 방아벌레류 (Campsosternus auratus) 가 붙어 있었다. 한 마리의 암컷 대벌레를 사이에 두고 두 마리의 수컷이 교미를 위해 경쟁하는 장면도 목격하였다. 검은줄쌕새기는 이 곳에서도 가장 흔히 눈에 띄는 여치류였다. 풍뎅이와 나비류가 공원 주변의 관목 잎 사이에 머물고 있었다.시민들을 위해 꽃밭 주위에 조성된 나비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나비와 주간 활동성 나방들이 모여들었다. 대북역 부근의 서점에서 곤충 관련 서적을 몇 권 산 후, 드디어 여정을 마감하고 비가 내리고 있는 인천 공항에 돌아왔다.

Anotado en sábado, 24 de octubre de 2020 a las 11:52 PM por taewoo taewoo | 0 comentarios | Deja un comentario

일본 곤충 탐사기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8/7/7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8/7/8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8/7/9

7월 7일 첫째날

우리 일행을 태운 비행기는 후쿠오카의 하카타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의 여름보다 한결 더 후끈한 공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小郡역에 하차하여 버스를 탔다. 일본의 도로는 우리보다 더 폭이 좁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차도 작았고 아마 사람들도 예전에는 우리가 '왜' 라고 불렀던만큼 작았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마침내 천연동굴이 발달한 아키오시다이(秋吉台) 국정공원에 도착했다. 화장실벽에 줄치고 있는 왕거미류의 유체를 처음으로 채집했다. 과학박물관 관장님을 뵙고 국민숙소에 짐을 풀었다. 바로 숙소 천장에 줄치고 있던 집유령거미를 채집했다. 숙소 주변을 걷다가 바로 앞 화단에서 부전나비의 번데기를 발견하였다. 녹색 잎사귀에 잘 위장하고 있는 녹색의 번데기였다. 도마뱀붙이(Gekko japonicus)가 벽을 기어다니고 무늬먼지벌레류도 바닥을 돌아다녔다. 우리나라에 분포하지 않는 저녁매미(Tanna japonensis)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름처럼 해가 지는 저녁이 되니 정확한 생체시계에 의해 울어대기 시작했다.저녁을 먹고 좀 쉰 후에 주변을 돌아다녔다. 짝짓기하는 검정풍뎅이류가 식물의 잎사귀마다 잔뜩 붙어 있었고 명주잠자리, 사마귀붙이, 그리고 메뚜기의 여러 가지 유충이 관찰되었다. 한여름이 되기 전이라 유충 상태의 것이 많았다. 장지뱀(Eumeces latlscutatus)이 풀위에 꼬리를 감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새똥거미와 산왕거미, 점연두어리왕거미 등의 야행성 거미들은 부지런히 줄을 치며 사냥에 나서고 있었다.

7월 8일 둘째날

아침 일찍부터 산책을 하며 주변의 벌레들을 관찰했다. 화려한 호랑거미의 그물을 촬영하고 나무에 붙어서 먹이를 먹고 있던 커다란 농발거미를 찍었다. 매우 조그만 알망거미의 특이한 그물도 보았다. 풀아래 잠자고 있던 노랑나비와 부전나비를 관찰했다. 소형의 길앞잡이 종류(Cicindela kaleea)는 넓은 길위를 돌아다니지 않고 무슨 다른 곤충처럼 풀 위로 날아다녔다. 오전에 처음으로 박쥐동굴에 들어가 동굴생물 사육실험실을 구경하였다. 단순한 장비와 보존방식을 쓰고 있었으나 우리나라에는 그것조차 없는 실정이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몸에 이슬이 맺혀있는 동굴성 밤나방과 자나방을 보았고 긴꼬리좀붙이가 인공으로 바닥에 깔아놓은 거적 밑에 서식하는 것을 보았다. 왕그리마(Therenopoda clunifera)도 입구 가까운 곳의 벽 틈에 숨어 있었는데 이 녀석은 손바닥만큼이나 크고 밤에 수풀을 돌아다니며 벌레를 먹어치우는 무서운 사냥군이면서 내 눈에도 매우 징그러워 보였다. 다음으로 특별천연기념물인 추방동(秋芳洞) 동굴을 관람하였다. 이곳은 관광동굴이라 사람들의 접촉이 잦은 동굴임에도 불구하고 동굴성 옆새우나, 노래기, 굴아기거미 등의 동굴생물의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다. 눈에 잘 안띠는 벽면에는 동굴성 패류(Akiyoshia uenoi)가 기어다니고 있었는데 여간 관찰력이 좋지 않으면 무시하기 쉬운 그런 생물이었고 우리도 안내해 주신 분의 도움으로 알게 되었다. 오후에 세번째로 대정동(大正洞) 동굴을 살펴보았다. 이곳은 순전히 벌레가 살기 적합한 동굴로 장님좀먼지벌레류(Rakantrechus etoi)가 발견되었다. 입구 가까이에 많은 매미의 날개가 떨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천장에 붙어있는 박쥐의 소행인 듯 했다. 처음보는 꼽등이류를 채집했다. 선선한 동굴에서 나오니 갑자기 더워져서 렌즈에 김이 서리는 바람에 멋진 응달거미의 집을 촬영하지 못했다. 나무 위에 기어가는 두 종의 하늘소를 보았으며 앞다리가 길게 잘 발달한 장다리바구미 한 쌍을 채집했다. 줄사슴벌레의 암컷도 발견되었다. 야간에는 숙소 불빛에 날아온 장수잠자리의 일종을 채집하였다. 숙소 부근의 가로 등을 돌며 바닥에 모인 곤충을 보았는데 많은 나방류와 왕바구미, 검정하늘소가 모여 있었고 넓적송장벌레를 비롯한 몇 가지 송장벌레가 쓰레기 더미 부근을 돌아다녔다. 음료수 자판기 불빛에 많은 털매미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7월 9일 셋째날

오늘 아침은 어제와 다른 코스로 걸어다니며 거미와 곤충을 살펴보았다. 종꼬마거미의 그물집을 보았고 털매미의 짝짓기를 관찰했다. 반가운 나의 풀무치가 여기에도 있었다. 나뭇잎 위에 떡하니 버티고 있던 큼직한 황닷거미를 발견하였다. 녀석은 능히 개구리도 잡을만큼 대단한 위용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 것과 동일하게 보이는 몇 가지 나비류를 보았고 박각시의 휴식과 꽃에 모인 산꽃하늘소를 발견했다. 오전에 네 번째로 간 곳은 경청동(景淸洞) 동굴이다. 이곳은 물이 많아서 장화를 빌려 신고 들어갔다. 동굴 깊숙히 산개구리 종류(Rana temporaria ornatventris)와 배가 붉은 영원(Triturus pyrrhogaster) 등 양서류가 많이 발견되었고 굴아기거미의 짝짓기 순간을 촬영했다. 동굴의 물가에 서식하다는 도토리거미를 발견하여 신을 벗고 물에 들어가 물위에 줄치고 있는 녀석을 힘들게 촬영하였다.

마지막으로 미공개 동굴 한 곳을 더 들렸는데 나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전체가 파랗고 흰 무늬가 있는 멋진 하늘소를 보았는데 너무 여유를 부리다가 놓치고 말았다. 어떤 종에 있어서 지금의 채집이란 정말 다시 올 수 없는 마지막 기회인 지도 모른다. 오후에는 좀 숨을 돌리면서 박물관 표본전시실을 관람하고 비디오도 시청하였다. 돌리네 등 석회암 지질의 야외경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하얀 바위가 빼곡히 치솟은 이곳의 경관은 지옥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저녁에 다시 나가서 자동차 터널 벽에 숨어있던 납거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불빛이 내려비치는 숙소 담벼락의 천장에 붙어있던 검고 푸르스름한 곤봉딱정벌레를 발견하고 삼각대의 다리를 길게 늘려 쳐서 떨어뜨려 잡았다. 딱정벌레는 묘한 수집의 매력이 있는 곤충이다. 애사슴벌레의 암컷과 송장벌레 등도 불빛에 곧잘 모였다. 털게거미의 수컷과 마침 탈피를 준비하던 황닷거미의 변신을 연속촬영하였다. 대벌레가 잎사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7월 10일 넷째날

마지막 날이라 짐과 채집품을 정리하고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서 납거미 수컷과 백금더부살이거미를 채집했다. 꼬리가 파란 도마뱀류의 재빠른 움직임을 목격했다. 지하철역에서 길을 잃고 서로 찾아 헤매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다행히 시간 전에 만나서 일행 모두는 무사히 비 내리는 서울에 안착하였다.

Anotado en sábado, 24 de octubre de 2020 a las 11:46 PM por taewoo taewoo | 0 comentarios | Deja un comentario

네팔 히말라야 곤충탐사

고려곤충연구소 김정환 소장님과 다녀온 네팔 곤충 이야기는 97년 과학동아 9월호에 실려있다.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18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19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20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21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22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23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24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25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26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7/7/27

1997년 7월 17일, 우리는 홍콩을 경유하여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객실에 오르자마자 열대 아시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비행기 안은 마치 우리의 시골 기차 칸과 비슷한 분위기여서 여기저기 짐을 잔뜩 든 사람들이 자리를 찾아 헤매는 동안 머리 속엔 이 비행기가 과연 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윽고 비행기의 창밖은 아래로 수많은 하얀 구름이 깔리고 성층권보다 더 높이 올라온 듯한 차가운 느낌의 저녁놀을 바라보다가 늦은 밤, 불빛이 반짝거리는 공항에 착륙하였다. 유창한 한국말로 안내를 받으며 MBC 드라마 '산' 의 촬영팀이 묶었다던 한국관으로 향했다.

7월 18일 카트만두의 아침, 고다바리 식물원, 포카라

아침 일찍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일어나 숙소의 옥상에서 카트만두시의 전경을 한 컷 촬영했다. 아기자기하면서 드넓은 하늘이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였다. 오전에 왕가의 별장이었던 고다바리식물원에 도착해 곤충을 관찰했다. 커다란 나비가 곳곳에서 날고 굵은 나무줄기마다 곤충들의 허물과 작은 사건들이 발견되었다. 희고 붉은 화려한 색상의 대형 상투벌레는 머리에 툭 튀어나온 부분이 마치 우리 조상들의 상투모양처럼 특이한데 가까운 친척인 매미충과 마찬가지로 놀라게 하니 훌쩍 뛰어 날아올라 저만치 도망을 가버렸다. 그리고 낮고 약한 소리로 우는 소형의 매미 종류, 녹색날개와 빨간 눈의 매미, 가시가 돋은 대벌레가 보였다. 왕잠자리나 줄베짱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과도 동일한 곤충도 있었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히말라야 탐사를 위해 차를 타고 '포카라' 로 이동했다. 중간 중간에 쉬는 틈을 타서 곤충상을 보았는데 낯익은 우리의 곤충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크기가 컸던 녀석이 여기서는 작아 보이고 작았던 녀석은 커 보이는 등 약간씩 다른 느낌이 들었다. 빛깔도 왠지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곤충의 먹이가 되는 이 곳의 식생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국적인 나비와 잠자리들, 금속광의 딱정벌레를 보았다. 늦은 오후 도착한 포카라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정확히 4시 무렵이 되면 비가 쏟아지는 이곳 날씨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더운 낮동안 증발한 수증기가 두꺼운 구름을 만들고 오후가 되면 빗방울이 되어 다시 그대로 낙하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내리는 비를 보며 쉬고 있는데 바지에 뭔가가 붙어 있었다. 장수풍뎅이의 암컷이 식당 불빛에 날아왔다가 나를 알아보고 내려앉은 것이다. 기특한 녀석!

7월 19일-23일 히말라야 탐사

이른 아침, 포카라의 유명한 호수를 구경했다. 과조차 알 수 없는 전혀 낯선 곤충들이 나를 즐겁게 하였다. 그런데 카메라 자세를 잡기 위해 풀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던 나는 일순간 고통에 찬 비명을 속으로 지르고 말았다. 어떤 종류의 풀에 팔뚝을 긁혔는데 마치 수 백만 볼트의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이 밀려와 한참을 꼼짝하지 못했다. 그것은 쐐기풀의 일종으로 잎에 많은 독가시가 무시무시하게 돋아 있는 것을 미쳐 보지 못한 것이다. 나중에야 안내인이 "Very dangerous!" 라고 말해주었는데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그 후로 이 풀만 보면 슬슬 그 주변을 피해 다니게 되었다. 호수 주변에는 많은 잠자리 종류가 있었고 날개가 다 찢어지도록 짝짓기 경쟁과 영역 다툼을 하는 큰 잠자리들을 목격하였다.

드디어 도착한 히말라야의 아래에서 가장 먼저 나를 맞아주는 녀석은 메뚜기들이었다. 고산지방의 메뚜기는 날개를 소실하는 경향이 많고 지역집단으로 갈라져 많은 유전적 변이를 가지는데 역시 유충처럼 보이는 것들이 전부 날개가 퇴화한 메뚜기 종류들이었다. 놀라운 보호색으로 나무껍질 표면에 완전히 위장하고 있는 여치 종류도 있었다. 색깔이 화려한 종류는 자신의 모습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활동하는데 몸에는 분명히 독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독성분을 품은 식물과 이를 먹기 위해 또 진화하는 곤충들, 유독식물과 유독곤충이 쉽게 발견되었다. 그 외에 바구미류, 가뢰, 꽃무지 등의 딱정벌레가 눈에 띄었으며 확실히 우리 것보다 울긋불긋 치장이 요란하다.

저 멀리 눈덮힌 산 정상이 시원하게만 보이는데 그 아래는 무척이나 더운 아열대의 날씨가 우리를 쉽게 지치게 하였다. 산길의 곳곳에 간이 숙박시설인 lodge가 있어서 틈틈이 쉴 수 있었다. 그들이 즐겨 마시는 밀크티와 더운 차를 마시며 갈증을 달랬다. 눈에 띠는 것은 코카콜라 상표들, "이 높은 곳까지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

7월 20일, 역시나 밤새 내리던 비는 뚝 그치고 맑은 아침 날씨가 우리를 기다려 주었다. 네팔은 아주 전형적인 산악국가로 산과 더불어 계곡이 잘 발달하였다. 더구나 우기라서 매일밤 비가 내리는데 곳곳에서 물이 흐르니 자연히 수서곤충상이 발달하였다. 낮에 해가 쨍쨍할 때에는 무척이나 다양한 종류의 잠자리들이 날아다니거나 주위에 내려앉았다. 우리 나라에도 분포하는 된장잠자리와 밀잠자리류가 많았고 날개에 점박이 무늬가 특이한 꼬마잠자리, 배가 아주 빨갛거나 파란 여러 가지 좀잠자리류가 많았다.

그런데 밀림이 우거진 지역에서 만난 곤충이 아닌 불청객, 거머리는 정말 흡혈귀로 타고난 생물이었다. 우리나라의 거머리를 떠올리면 논에서 일하다가 물 속에서 다리에 들러붙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곳의 거머리는 육지산이다. 산길가 주변에 늘어진 풀 아래를 보면 거기에 마치 낙하산병처럼 대기하고 있는 거머리 부대를 볼 수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던, 동물이던 간에 뭔가가 이 풀을 툭 건드리게 되면 거머리들은 잽싸게 그 대상에게로 이동하기 위해 숨은 난리를 피운다. 나는 운동화에 뭔가가 들어간 느낌이 들어서 신발을 벗어 보니 으잉? 핏자국이? 어느새 운동화로 기어들어간 거머리가 양말 위로 그 지독한 주둥이를 붙이고 피를 빨고 있었던 것이다. 거머리가 상처를 낸 곳은 피가 잘 멈추지도 않는다. 마치 질기디 질긴 생고무같아서 발로 밟아도 죽지 않는 이 흡혈귀의 공격을 그 후로도 대 여섯 번 이상 당했는데 언제나 내 몸에 주의를 기울여야 녀석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롯지에서 만난 어떤 염소의 목에서도 굵은 핏방울 자국이 있었고 통통해진 거머리는 동그란 원형이 되어 몰래 떨어져 나간다. 이곳의 야생동물은 이 흡혈귀에게 많은 희생이 있을 듯 했다.

첩첩산으로 이어진 히말라야에서 만난 이 곳 사람들은 원시적인 수단으로 생필품을 비롯한 여러 물건들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지어 날랐다. 나귀 떼가 잔뜩 짐을 싣고 힘든 산행을 하거나 사람이 직접 무거운 물건을 지고 날랐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그렇게 삶에 쪼들린 인상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가 곤충을 사진에 담는 작업을 할 때에 가까이 다가와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의 관심을 나타냈다. 물질문명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였는지는 몰라도 마음속의 평온과 행복까지 가져다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곳에서 힘들고 낮은 생활 수준을 보았지만 오히려 평화로운 그들의 눈매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히말라야의 전경이 모두 보이는 롯지의 마당에서 단체 촬영을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푸른 금속광의 부전나비와 쐐기풀나비, 나무껍질로 위장한 나무사마귀, 꽃사마귀 등등의 곤충을 뒤로 하고 다음 일정으로 향했다.

7월 24일-27일 치트완 국립공원 탐사

7월 24일 치트완 야생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우리를 환영하는 호텔의 부지배인은 나보다 2살이 많은 검은 머리의 젊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호텔에서는 밤에 관광객을 위한 쑈가 벌어졌는데 네팔 고유의 춤과 노래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위의 남자 지배인이 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열정적으로 춤추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우리의 곤충탐사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우리가 떠나는 날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이곳 프로그램에 따라 사파리 차를 타고 코뿔소 구경도 하고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주변도 둘러보았다. 코끼리 모는 사람은 가다가도 연신 풀을 뜯고 딴청을 피우는 코끼리를 다루기 위해 강철로 만든 갈고리로 연신 코끼리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래도 녀석에게는 가려운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는지 무척이나 말을 안 들었다. 코끼리가 지나간 초원에는 금방 신선하고 거대한 똥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그 엄청난 양은 놀라웠다. 그리고 보니 이 곳에는 소똥구리가 무척이나 많을 듯 했는데 내려서 샅샅이 조사해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저기 뚫려 있는 구멍들은 필시 녀석들의 본거지인 것만 같았다.

이 곳에서는 야간 촬영을 주로 하였다. 어리여치가 낮잠을 끝내고 나뭇잎 위에 모습을 드러냈고 대벌레류가 쉽게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주로 안전한 밤중에 돌아다니며 잎을 갉아먹었다. 불빛에 조그맣고 까만 사마귀가 날아왔는데 매우 특이한 행동이 관찰되었다. 낫같은 앞다리를 서로 모아서 좌로 한번 우로 한번 접었다가 폈다가 하는데 사마귀의 이런 행동은 나에게 무척이나 흥미로왔다. 공원의 호텔 주변 가로등에는 많은 곤충이 모여들었고 커다란 철써기(Mecopoda elongata) 암컷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밖에 바퀴 종류가 꽤 여럿 있었는데 교미하느라 정신없는 한 쌍을 촬영하였다. 갈색 줄무늬가 있는 사슴벌레 암컷도 발견했다. 그러나 밤에는 정말 모기가 무척이나 많아서 매우 짜증스러웠다. 국립공원을 떠나던 날, 강가에서 나비가 무리지어 물을 빠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비의 군무는 마치 딴 세상에 온 것처럼 환상적이다.

7월 28일 서울로

전체적으로 네팔의 곤충상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했고 비슷한 유사종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한반도와의 지리적인 연관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Anotado en sábado, 24 de octubre de 2020 a las 02:08 PM por taewoo taewoo | 0 comentarios | Deja un comentario

23 de octubre de 2020

처음 곤충사진

뒷산에 올라가 관찰한 곤충 사진으로 가장 오래전에 남아있는 장면이다.

https://www.inaturalist.org/calendar/taewoo/1996/7/7

접사 카메라를 구비한 이후로 거의 매주 주말마다 가까운 산이나 공원으로 곤충을 찍으러 다녔다.

Anotado en viernes, 23 de octubre de 2020 a las 11:16 PM por taewoo taewoo | 1 comentario | Deja un comentario

Archivos